연간 5조원에 이르는 알츠하이머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쟁에 막이 올랐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 등이 신약 허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임상 3상시험 세부 데이터를 발표한다. 지난 9월 치매 환자의 인지감퇴 속도를 27%가량 늦춰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던 약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내년 1월 6일께 이 약의 시판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약 후보군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들은 올해 6월 FDA로부터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헬름’ 시판 허가를 받았다. ‘세계 첫 치매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약효보다 부작용이 커 사용하기 힘든 ‘반쪽짜리 신약’이란 꼬리표도 붙었다. 레카네맙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레카네맙이 FDA 관문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활용 범위는 불투명하다. 이 약을 투여한 뒤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면서다. 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전날 레카네맙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환자가 뇌출혈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 환자는 모두 뇌경색 후 혈전용해제를 복용해 온 환자였다. 고령층에게 폭넓게 처방되는 혈전용해제가 레카네맙 투여 금지 약물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규모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간테네루맙 임상 3상 결과를 CTAD에서 공개한다. 다만 이 약은 신약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알츠하이머 환자 19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약효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제약사 타우알엑스도 알츠하이머 신약 ‘LMTX’를 개발하고 있다. 다른 치료제가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회사는 ‘타우’ 단백질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아리바이오와 젬백스 등은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을 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차바이오텍, 메디프론 등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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